사건이 여러 개인데 재판은 하나입니다
형사 사건은 하나씩 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나의 다툼에서 여러 행위가 나오기도 하고, 시기가 다른 사건들이 한꺼번에 기소되기도 합니다.
공소장을 처음 받아 보면 죄명이 줄줄이 적혀 있어 사건이 몇 개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무엇이 무거운 혐의이고 무엇이 부수적인지, 하나로 묶여 판단되는지 각각 따로 판단되는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때 재판은 대개 하나로 묶여 진행됩니다. 그러면 형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죄마다 형이 따로 나오는지, 하나로 합쳐지는지, 집행유예는 어디에 붙는지가 헷갈리는 지점입니다. 이 글은 성격이 다른 죄가 함께 기소되어 징역형과 벌금형이 같이 선고된 사건의 기록입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입니다.
사건 개요 — 성격이 다른 세 가지 혐의
피고인은 업무방해와 모욕, 그리고 경범죄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세 가지는 보호하려는 이익도 다르고 법정형도 다릅니다.
업무방해는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모욕은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경범죄처벌법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가벼운 위반 행위를 다룹니다.
이런 조합은 하나의 갈등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 행위별로 쪼개져 각각 다른 죄명이 붙습니다. 당사자는 한 번의 다툼으로 기억하는데 서류에는 세 개의 혐의가 적혀 있어 혼란스러워집니다.
법원은 이 사건들을 함께 심리한 뒤 하나의 판결로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의 선고 결과
법원은 피고인을 징역 6월 및 벌금 50만원에 처했습니다. 그리고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징역형의 집행만 유예했습니다.
벌금은 유예되지 않았습니다.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일정 금액을 하루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는 내용과,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하는 내용이 함께 들어갔습니다.
주문을 한 줄씩 나누어 보면 네 가지가 담겨 있습니다. 징역형의 선고, 벌금형의 선고, 벌금 미납 시의 환산 기준, 그리고 징역형에 대한 집행유예입니다. 선고 당일에는 이 내용이 빠르게 낭독되어 놓치기 쉽습니다. 판결문을 받아 각 줄이 무엇을 정한 것인지 확인해야 이후 일정을 세울 수 있습니다.
왜 징역과 벌금이 같이 나오나요
죄마다 법에 정해진 형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죄는 징역형만, 어떤 죄는 벌금형만, 어떤 죄는 둘 중에서 고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여러 죄가 함께 재판받을 때 법원은 각 죄에 정해진 형의 종류를 존중하면서 전체 형을 정합니다. 그 결과 징역형과 벌금형이 함께 선고되는 구조가 나옵니다. 두 형은 성격이 다르므로 하나로 합쳐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판결 주문을 읽을 때는 형이 몇 개인지부터 세어야 합니다. 하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개의 형이 나란히 선고된 경우가 있고, 각각에 대해 해야 할 일이 다릅니다. 징역형은 유예 기간을 관리하는 문제이고, 벌금형은 납부 기한을 지키는 문제입니다.
집행유예는 어디에 붙나요
이 사건에서 유예된 것은 징역형뿐입니다. 벌금형은 그대로 집행됩니다.
집행유예는 형의 집행을 미루는 제도인데, 실무에서 자유형에 붙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징역과 벌금이 함께 선고되면 징역형만 유예되고 벌금은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선고를 듣고 집행유예라는 말에 안심했다가, 나중에 벌금 납부 고지를 받고 당황하는 경우가 여기서 나옵니다. 판결 주문을 끝까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집행유예의 요건도 함께 봐야 합니다.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를 선고할 때 붙일 수 있고, 과거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이력이 있으면 일정 기간 동안은 붙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전 사건의 처분 내용과 시기가 이번 사건의 선택지를 좌우합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입니다.
벌금을 못 내면 어떻게 되나요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됩니다. 판결에는 미리 환산 기준이 적혀 있습니다. 정해진 금액을 하루로 계산한 기간만큼 노역장에서 지내는 방식입니다.
가납명령이 함께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을 미리 내도록 하는 조치입니다. 나중에 형이 달라지면 정산합니다.
한 번에 내기 어려우면 분할 납부나 납부 기한 연기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정이 있다면 고지서를 받고 기한이 지나기 전에 검찰청에 문의해 절차를 밟는 편이 낫습니다. 아무 조치 없이 기한을 넘기면 곧바로 집행 절차로 넘어갑니다.
사건을 묶어서 받는 것이 유리한가요
여러 사건이 따로 재판받으면 각각 형이 선고되고 그 형들이 모두 집행됩니다. 함께 재판받으면 전체를 하나로 보고 형을 정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함께 심리받는 쪽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건의 성격과 진행 단계에 따라 다르므로, 병합을 신청할지 여부도 전략의 일부가 됩니다.
실무에서는 진행 속도가 변수가 됩니다. 하나는 곧 선고가 나올 단계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막 수사가 시작된 상태라면, 병합을 기다리는 동안 전체 절차가 길어집니다. 그 사이 신병이나 생활에 영향이 생길 수 있어 무엇을 우선할지 판단이 필요합니다.
모욕죄는 어떤 경우에 성립하나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지 않고 경멸적인 표현으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경우입니다.
명예훼손과 자주 혼동되는데 차이가 있습니다. 명예훼손은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하는 것이고, 모욕은 사실 적시 없이 경멸적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화가 난 상태에서 내뱉은 한마디가 모욕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실무에서 적지 않습니다.
모욕죄는 친고죄입니다. 고소가 있어야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고, 고소 기간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반면 업무방해는 그런 제한이 없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라도 죄명에 따라 절차의 문턱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전체를 먼저 그리십시오
사건이 여러 개일 때 가장 흔한 실수는 하나씩 따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각 사건에서 따로 진술하다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 기록에 남고, 그 자체가 불리한 자료가 됩니다. 조사를 받을 때마다 무엇을 어떻게 말했는지 정리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음에 해당한다면 개별 사건이 아니라 전체 구도를 먼저 봐야 합니다.
- 같은 상대와의 갈등에서 여러 건이 동시에 문제되고 있다
- 어떤 사건은 수사 중이고 어떤 사건은 이미 기소되었다
- 죄명이 여러 개인데 무엇이 무거운 것인지 모르겠다
상담 전에 정리해 두면 좋은 것
다음을 준비해 오시면 확인이 빠릅니다.
- 받은 서류 전부 — 출석요구서, 공소장, 약식명령 등
- 사건마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간 순서
- 상대방과의 관계와 갈등이 시작된 경위
형사 사건에서 결과를 미리 약속드릴 수 있는 변호사는 없습니다. 다만 죄명이 여러 개인 사건은 각각을 따로 보는 것과 전체를 하나로 보는 것의 차이가 큽니다. 무엇이 묶여 있고 무엇이 따로 가는지를 아는 것에서 준비가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