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죄는 방해했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업무방해죄는 상대가 고소하기 쉬운 죄명입니다. 다투는 과정에서 상대의 일이 조금이라도 불편해지면 업무방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나 형법이 보호하는 업무는 범위가 정해져 있고, 방해했다는 결과만으로 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 글은 임대차 갈등 중 주차장 이용을 막은 행위가 업무방해인지 다툰 사건의 기록입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입니다.
사건 개요 — 계약 해지 갈등과 주차장
의뢰인은 건물을 소유·관리하는 쪽이었고, 상대방은 그 건물에서 영업하는 임차인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임대차 관계가 이어지다가 계약 해지를 두고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그 무렵 의뢰인은 상대방과 상대방 고객의 주차장 이용을 막았습니다. 상대방은 이를 업무방해로 고소했고 사건은 형사 절차로 넘어갔습니다.
민사 분쟁이 형사 고소로 번지는 전형적인 경로입니다. 계약을 두고 다투다 보면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가 부당하게 느껴지고, 그 감정이 고소로 이어집니다. 고소를 당한 쪽은 자신이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므로 서로의 인식 차가 큽니다.
이런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보는 것은 누가 더 억울한가가 아닙니다. 문제된 행위가 형법이 정한 요건에 들어맞는지입니다. 감정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쓰면 정작 요건에 관한 설명이 부족해집니다.
업무방해죄에서 보호되는 업무란 무엇인가요
형법은 위계나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업무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여야 합니다.
그래서 첫 관문은 문제된 활동이 그 업무에 포함되는지입니다. 영업 자체가 업무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영업에 딸린 모든 편의가 업무로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차장 이용이 상대방 영업의 업무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그다음 관문은 방해의 수단입니다. 형법은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방해를 처벌합니다. 속임수를 쓰거나 상대의 의사를 제압할 만한 힘을 행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권리 범위 안에서 한 조치가 결과적으로 상대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것과,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한 행위는 구분됩니다.
1심은 왜 무죄로 봤나
1심 법원은 여러 사정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주차장 사용이 제한되더라도 상대방의 업무에 지장을 줄 위험이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상대방에게 그 주차장을 고객용으로 사용할 권한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 해당 주차장은 건물 거주자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 상대방이 사실상 이용해 왔더라도 이는 반사적·일시적 편의에 불과하다
- 의뢰인에게 업무를 방해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핵심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보호받는 업무의 범위이고, 다른 하나는 고의입니다. 어느 한쪽만 무너져도 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변론에서도 두 갈래를 나란히 세우고 각각에 대한 근거를 따로 붙입니다.
반사적 편의와 보호가치 있는 업무는 다릅니다
오래 써 왔다는 사실이 곧 권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상대가 막지 않아 사실상 이용해 온 상태와, 이용할 권한이 있는 상태는 법적으로 다릅니다.
이 구분은 임대차 분쟁에서 자주 문제가 됩니다. 계약서에 없는 공간을 관행적으로 써 온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에서는 계약서의 범위와 실제 사용의 근거를 먼저 확인합니다. 무엇을 빌린 것인지가 확정되어야 그 이용이 보호되는 업무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확인할 것은 계약서만이 아닙니다. 관리비를 어떻게 나눠 냈는지, 그 공간의 용도가 어떻게 표시되어 있는지, 다른 이용자들은 어떻게 써 왔는지도 함께 봅니다. 계약서에 적히지 않은 부분일수록 이런 정황이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입니다.
업무방해죄의 고의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고의는 마음속의 일이라 직접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행위의 경위와 전후 사정으로 판단합니다.
계약 해지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이루어진 조치라면, 그 목적이 상대의 영업을 방해하는 데 있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권리 범위를 정리하는 데 있었는지가 갈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간 순서입니다. 갈등이 언제 시작됐고 어떤 조치가 어떤 순서로 이루어졌는지를 정리하면 행위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사전에 알렸는지도 봅니다. 아무 예고 없이 갑자기 막은 것과, 계약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통지를 보낸 뒤에 한 조치는 성격이 다릅니다. 통지서나 내용증명이 남아 있다면 그 자체가 목적을 설명하는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기록이 전혀 없으면 나중에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검사는 무엇을 다퉜나
검사는 항소하면서 원심이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차장 이용은 공간을 빌려주는 영업에 딸린 부수 업무로서 보호가치가 있고, 오랜 임대차 관계에서 계약 해지 갈등이 시작된 뒤에 이용을 차단한 점을 보면 방해의 고의도 인정된다는 취지였습니다.
항소심은 어떻게 판단했나
항소심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1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입니다.
형사 사건에서 1심의 무죄가 항소심에서 뒤집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죄를 받았다고 안심하고 항소심을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이 사건에서도 1심에서 정리한 사실관계를 항소심에서 다시 촘촘히 붙였습니다.
항소심 대응은 1심과 결이 다릅니다. 새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원심이 든 근거가 왜 타당한지를 검사의 주장 하나하나에 맞춰 다시 설명하는 작업입니다. 원심이 무엇을 근거로 삼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출발점이 됩니다.
민사 분쟁이 형사 고소로 번졌을 때
계약 다툼이 형사 사건이 되면 대응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민사에서는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다투지만, 형사에서는 범죄가 성립하는지를 다툽니다.
권리 범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한 행동이라면 그 자체가 고의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반대로 권리가 명백히 없는데도 한 행동이면 불리해집니다.
그래서 형사 절차에서도 민사적 권리관계를 함께 정리합니다. 두 절차가 따로 도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같은 사실관계를 봅니다.
순서도 신경 써야 합니다. 형사에서 한 진술이 민사에서 그대로 인용되는 일이 흔합니다. 수사 단계에서 상황을 모면하려고 사실과 다르게 말하면 민사 쪽에서 발목을 잡힙니다. 반대로 민사에서 유리하자고 무리한 주장을 하면 형사에서 고의를 인정받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두 절차를 각각 다른 곳에 맡겨 따로 진행하면 서로 어긋난 주장이 나올 위험이 있습니다. 적어도 무엇을 사실로 삼을지는 하나로 맞춰 두어야 합니다.
형사 고소를 당했을 때 먼저 할 것
다음을 먼저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 문제된 행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졌는지 시간 순서
- 그 행위의 근거가 된 계약서·통지서 등 문서
- 상대와 주고받은 연락 기록
- 같은 사안으로 진행 중인 민사 절차가 있는지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자료는 더 빨리 사라집니다. 수사 초기에 정리해 두면 이후 절차 전체가 수월해집니다. 조사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그 전에 한 번 정리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